2024.05.09 (목)
능소화
김윤자 시인
어머니, 지금
일흔 세 개 생명의 촛대 들고
능소화 허릿길 휘휘 돌아
하늘로 오르신다.
가슴에 또아리 튼 몹쓸 병마는
하나씩, 둘씩 빛을 지우고
여름이 지는 날, 한줌 소나기에
부서지는 잿빛 희망
흙마당에 덩그러니 누워
채 눈감지 못한 저 눈부신 슬픔
시린 세월, 눈먼 꼭두각시로
사랑의 독항아리
씨물까지 다 퍼주고
바싹 마른 우렁이 껍질, 빈몸
어머니,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여
연황빛 고운 입술
하늘 이슬로 목축이시며
삭은 나무 등을 빌어 오르시더니
하룻밤 찬비에
저리도 쉬이 으스러지실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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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집 앞 능소화
예전에는 '능소화'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 하여 '양반꽃'이라고도, 과거에 급제한 관모에 달아 주었다 하여 '어사화' 라고도 했답니다.
능소화가 활짝 피어 사람들의 눈을 유혹하는 이 계절.
그 집 앞에는 능소화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.
익산 석암동 추산마을,
그 집 앞 능소화.
그 집은 지금
능소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유명한 곳이 됩니다.